0. 짧고 가벼운 시트콤스러운 드라마를 찾고 있었다면?
<석세션>을 다 보고 나서 웨이브를 헤매이다가 발견한 <섹스 라이브즈 오브 칼리지 걸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나 <네버 해브 아이 에버> 같은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봤다면, 혹은 가볍고 끊임없는 농담이 나오는 미드를 좋아하는데 완결성까지 있기를 바란다면 단숨에 빠져들어서 정주행하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재밌어도 너무 재미있는 이 드라마에 대한 감상이 얼마 없어 섭섭한 마음에 작성되었습니다.

1. 클리셰는 클리셰라서 재밌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포스터에 보이는 네 명의 여성들이 이 쇼의 주인공들이다. 에식스 대학교에서 룸메이트로 처음 마주친 넷, (왼쪽부터) 벨라, 레이턴, 휘트니, 킴벌리는 어쩌면 지금껏 드라마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클리셰를 인물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하다. 그러나 인물의 세부적인 설정이 낯설게 끼어있어 우리는 그들을 애정할 수밖에 없어진다.
(약간의 스포일러 주의!) 레이턴을 요약하자면 '대도시 뉴욕에서 온 잘났고 재수없는 금발 퀸카 여자애'다. 그렇지만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고민이 있다. 레이턴은 여자를 좋아하는 레즈비언이지만, 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벽장' 속 인물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을 마주쳤을 때 흔히 생각하는 이성애자-부잣집-백인-중산층-대학생이라는 '정상성'의 이미지가 깨어지고 오로지 '레즈비언'이라는 정체성 하나만 남게 될까 봐 두려워한다. 레이턴은 학교에 다니는 커밍아웃한 학생들과 달리 어플을 통해 가볍고 비밀스러운 일회성 만남만 가진다. 그런 레이턴이 학교에서 룸메이트 친구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여자애가 생기며 오래 간직해 왔던 고민을 서서히 극복해낸다.
킴벌리는 시골에서 온 너드 여자애다. 킴벌리 역시 킴벌리만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데, 명문 에식스 대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집안이 넉넉치 않아 친구들과 어울리기 벅찰 때가 있다. 그러나 킴벌리는 소위 '공부벌레'는 아니다. 학교에서 인기가 많은 킹카 남자애랑 연애하느라 경제학 수업을 빠지기도 하고, 나만의 선택이라고 믿으며 행한 것들이 점점 커다란 갈등이 되어 그녀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킴벌리를 연기하는 폴린 샬라메는 그 유명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누나다. 알게 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는데, 씽긋 웃을 때 모습이 정말 닮아서 너무 귀엽다.
2. 믿고 보는 HBO 드라마 답게, 완결성 있는 시즌들
제목에 sex가 들어가고, 대학교 이름 역시 'essex'인만큼 19금적인 요소와 장면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이 드라마의 전부는 아니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로 유명한 민디 켈링이 제작에 참여한 만큼, 끝없이 웃게 되는 농담과 자극적인 장면이 넘치지만 서사 진행이 깔끔하다. 잘 만들어진 농담은 남을 비하하거나 웃지 못하게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다. 성적인 농담이 이렇게나 끊임없는데 성적 감수성마저 높은 이 드라마를 보면 정말 잘 만든 코미디 쇼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에서 2세대 인도계 미국인 청소년 데비에게 마음을 준 적 있는 사람이라면, SNL 코미디 작가를 꿈꾸는 유쾌한 벨라를 사랑하게 될 것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두 인물을 만들어낸 민디 켈링이라는 사람이 궁금해진다.
<네버 해브 아이 에버>는 민디 켈링의 10대 시절을 각색한 자전적 드라마다. 데비와 마찬가지로 인도계 미국인인 벨라를 지켜보면, 그녀가 유머로 자신만의 세상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볼 수 있다. 가끔은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또 그녀만의 방법으로 위기를 해쳐나간다. 이 드라마는 인물들이 겪는 역경을 없애주는 방법으로 행복을 안겨주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만큼 역경과 고난을 겪지만, 결국 방법을 찾아내 행복해진다. 곁에 항상 있어주면서 다정하고 개성있게 위로와 사랑을 갖게 되는 넷의 우정은 학교라는 공간에 속할 때에만 맺을 수 있는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3.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어떤 드라마인가요?
한 편당 30분 정도이며, 한 시즌은 10회차로 이뤄져 있어 아주 빠르게 정주행할 수 있다.
시즌2가 나오고 나서 보기 시작해서 다행이라고 여겨질 만큼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들이 차근히 연결된다. 시즌3가 언제 나올지 벌써 기다려진다.
네 사람이 각자만의 고민을 어떻게 응원하고 믿어주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웨이브로! (광고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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