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9 [드라마/넷플릭스] 러브 앤 아나키 Kärlek & Anarki, 사랑과 무질서 1. 내가 시키는 이상한 짓을 벌여 봐 간만에 넷플릭스에서 재미있는 드라마를 몰입해 보고 있어 오랜만에 추천글을 가져왔다. 2020년 작품인 는 스웨덴의 드라마다. 이 드라마의 배경은 스웨덴의 한 출판사다. 서사 뿐 아니라 스톡홀름의 흐린 날씨와 인테리어, 패션들을 함께 구경할 수 있다. 특히 주연 뿐 아니라 조연들의 캐릭터와 서사도 풍부해 그들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소피와 막스의 사랑이 커다란 플롯이긴 하지만, 사실 나는 소피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되었다. 성장은 어느 시기에든 일어난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조금씩, 찬찬히, 느리게 계속 성장한다. 가만히 있는 것 같아도 앞으로 조금씩 나아가게 된다. 나무에게 나이테가 생기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것처럼, 인간의 내면이 두터.. 2023. 2. 28. [에세이/과학]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곰출판 1. 우리가 있다고 믿는 것들이 깨지는 순간 룰루 밀러의 는 단연 2022년을 대표하는 화제작 중 한 권이다. 모두가 좋다고 말하고 이야기하면 이상한 반발심이 들어 독서를 미루는 나는 (같은 이유로 아직도 '슬램덩크'를 보지 않고 외면 중이다...) 이 책을 궁금해하기만 하다가, 가장 좋아하는 교수님의 강의 시간의 첫 번째 책으로 선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집어들어 일주일 만에 완독했다. 베스트셀러 책들은 읽으면서 지루하거나 실망했던 적이 많은데, 이 책은 조금 달랐다. 그렇기에 한 해가 넘어간 지금에도 여전히 생각나는 구석이 있어 추천하려 한다. 여전히 를 읽지 않은 행운의 독자들과 혹은 읽고 나서 하고 싶은 말이 자신의 몸 안에 떠다니는 것이 있음을 감각하는 독자들에게 반가운 포스팅이라면 좋겠다. 2. .. 2023. 2. 23. [시] 그 여자 이름이 나하고 같아, 이영주, 아침달 1. 나하고 이름이 같은 그 여자는 누구일까 이영주의 시집 의 제목과 표지를 처음 듣게 되었을 때, 심장 어딘가가 내려 앉는 듯 철렁했던 기억이 난다. 빽빽한 분홍빛 구름은 이상하게 현실의 풍경이라기 보다는 몸 속에 흘러가는 적혈구를 먼저 생각하게 한다. 초겨울에 이 시집을 어느 독립 서점에서 뒤늦게 샀던 기억이 난다. 이영주의 시는 슬프지만 희미하거나 연약하지 않다. 슬픔이 형체를 갖출 수 있다면, 누군가에게 던져 가상의 폭발음과 빛을 낸다면 그것이 이영주의 시가 될 것이다. 누구를 해치지는 않지만 내 슬픔이 여기에 있다고 알릴 수 있고 경고를 줄 수 있다. 그것이 이영주의 시가 가진 힘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영주의 시집은 과 이다. 이전에 이영주 시인의 낭독회를 갔을 때, 가지고 있던 시집을 모.. 2023. 2. 18. [시] 헨젤과 그레텔의 섬, 미즈노 루리코, 읻다 1. 타국의 언어로 이뤄진 풍경 미즈노 루리코의 은 내가 오랫동안 좋아해 온 시집들 중 한 권이다.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오래 기억하고 있다가 누군가 미즈노 루리코에 대해서 물어오거나 말해주면 격하게 반응했다. 위의 이미지는 개정판의 표지다. 몇 년 동안 절판되어 있던 시집이 2022년에 개정되어 다시 출간되어 이제는 모두에게 편안히 이 책을 추천할 수 있게 되었다. 2. 시인 미즈노 루리코와 번역가 정수윤에 대해서 미즈노 루리코는 1932년 도쿄에서 태어나 동화를 번역하는 작업을 하기도 하고, 작사도 하는 등 문학과 시와 밀접한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1977년 을 출간했고, 1983년에 두 번째 시집인 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3년에 출간되다니, 이 책을 읽.. 2023. 2. 17. [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요시나가 후미, 서울미디어코믹스 1. 책 소개 : 만화 같은 사랑보다 만화 같은 케이크의 맛이 더 궁금했어 내 주변의 만화광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는 만화의 세계를 조금도 모르는 편에 가깝지만,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가 재미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그의 작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이지만, 은 요시나가 후미의 세계에 진입하기 딱 좋은 만화다. 4권의 단행본으로 이뤄져 길이도 적절하고, 서사의 무게감도 가벼운 편이다. BL이라면 BL로 분류할 수도 있겠지만, 인물들이 속해있는 세계 역시 사랑만큼 부족함 없이 그려져 있기에 누구에게든 읽어보라고 추천하기 좋다. 부잣집 도련님 타치바나 케이이치로는 어느 날 회사를 때려치우고 케이크 가게를 차리겠다는 결심을 하고 뛰어난 파티셰 오노 유스케를 고용한다. 문제라면 오노가 '마성의 게이'.. 2023. 2. 14. [드라마/웨이브] 섹스 라이브즈 오브 칼리지 걸스(The Sex Lives of College girls)(HBO), 가볍게 보기 좋은 드라마 추천! 0. 짧고 가벼운 시트콤스러운 드라마를 찾고 있었다면? 을 다 보고 나서 웨이브를 헤매이다가 발견한 . 나 같은 드라마를 넷플릭스에서 재밌게 봤다면, 혹은 가볍고 끊임없는 농담이 나오는 미드를 좋아하는데 완결성까지 있기를 바란다면 단숨에 빠져들어서 정주행하게 될 것이다. 이 포스팅은 재밌어도 너무 재미있는 이 드라마에 대한 감상이 얼마 없어 섭섭한 마음에 작성되었습니다. 1. 클리셰는 클리셰라서 재밌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개성 넘치는 주인공들 포스터에 보이는 네 명의 여성들이 이 쇼의 주인공들이다. 에식스 대학교에서 룸메이트로 처음 마주친 넷, (왼쪽부터) 벨라, 레이턴, 휘트니, 킴벌리는 어쩌면 지금껏 드라마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클리셰를 인물로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하다. 그러.. 2023. 2. 11. [소설]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문학동네 1. 책 소개 : 여성의 얼굴들이 쪼개어질 때 이미상의 은 당신이 근래 만난 한국 소설 중 가장 낯선 소설이 될 것이다. 나는 이미상의 소설을 에서 처음 접했다. '여자가 지하철 할 때'는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작이었다. '이것 좀 읽어 봐'라고 말하면서 친구들의 손에서 손으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 소설이지?'가 내가 가진 첫 번째 인상이다. '여자가 지하철 할 때'의 첫 장면은 전철에 탄 여자의 얼굴이 두 개로 쪼개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얼굴1과 얼굴2, 그리고 주인공 수진이 전철에서 무수한 이야기를 나누고 탑승자들의 눈치를 본다. 함께 전철을 타고 있는 타인에 대해 위험도를 측정하고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아'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지 이야기한다. 2020년의 나는 .. 2023. 2. 10. [소설] 믿음의 개는 시간을 저버리지 않으며, 박솔뫼, 스위밍꿀 1. 책 소개 : 우리 곁에 있는 믿음의 개와 산책하기 어느덧 작년의 신간이 되어버린 에는 '동면'이라는 키워드로 이뤄진 여섯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그중 첫 번째 소설인 '여름의 끝으로'에서 이 소설집의 세계관 속에 존재하는 동면 가이드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동면 가이드는 동면을 선택한 사람의 동면을 돌봐 주는 직업이다. 동면(冬眠)은 말 그대로 '겨울잠'이다. 사람들은 어느 시기에 겨울잠을 선택하고, 약물을 마신 뒤 오랫동안 잠들어 있다. 내가 사는 세계 속에서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이 느린 삶의 템포를 온전히 느끼고, 잠에 들고, 일어나 다시 생활하는 인물들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커다란 힘이 된다. 박솔뫼의 문장은 쉽게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 그 영원히 이어질 듯 말듯 하지만 결국 .. 2023. 2. 8. [에세이] H마트에서 울다, 미셸 자우너, 문학동네 1. 책 소개 : 를 다시 떠올리며 어젯밤 잠이 오지 않길래, 며칠 내내 즐겁게 보았던 드라마 과 관련된 인터뷰를 찾다가 더 뉴요커에 접속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글이 구독해야만 읽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내가 찾던 제레미 스트롱의 인터뷰*는 무료로 읽을 수 있었다. 친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더 뉴요커의 장점은, 몇몇의 기다란 인터뷰 기사들을 양질의 낭독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언론사도 이런 낭독 파일을 실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돈된 목소리의 성우(혹은 배우)가 빠른 속도로 읽어 나가는 원고를 들으며 잠에 솔솔 들까 말까 했는데, 문득 더 뉴요커에 있는 다른 기사에는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리고 더 뉴요커 홈페이지에서 'CRYING IN H MART'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와는 .. 2023. 2. 7. 이전 1 다음